
저는 피아노 협주곡을 두 단계로 작곡했습니다. 처음 세 악장은 1985~86년에, 다음 두 악장은 1987년에 썼고, 마지막 악장의 최종 자필보는 1988년 1월에 완성되었습니다. 이 협주곡은 미국 지휘자 Mario di Bonaventura 에게 헌정되었습니다. 각 악장의 나타냄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1악장 Vivace molto ritmico e preciso, 2악장 Lento e deserto, 3악장 Vivace cantabile, 4악장 Allegro risoluto, 5악장 Presto luminoso. 3악장까지로 이루어진 이 협주곡의 초연은 1986년 10월 23일 그라츠에서 열렸습니다. Mario di Bonaventura 가 지휘를 맡았고 그의 형제 Anthony di Bonaventura 가 독주를 맡았습니다. 이틀 뒤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같은 연주가 다시 열렸습니다. 이 곡을 두 번 듣고 나서 저는 3악장이 피날레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형식에 대한 제 감각은 이어지는 곡, 즉 보충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 두 악장을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전곡 초연은 1988년 2월 29일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같은 지휘자와 같은 피아니스트로 열렸습니다. 관현악 편성은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 트럼펫, 테너 트롬본, 타악기, 현악기입니다. 플루트 주자는 피콜로도 겸하고, 클라리넷 주자는 알토 오카리나도 겸합니다. 타악기 파트는 다양한 악기로 구성되며 한 명의 명연주자가 모두 연주할 수 있습니다. 다만 두세 명의 주자가 나누어 맡는 편이 더 실용적입니다. 타악기 파트는 전통 악기 외에 스와니 휘슬과 하모니카라는 단순한 관악기 두 가지도 필요로 합니다. 현악 파트(바이올린 둘,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는 디비지가 없어 독주 편성으로도 연주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균형을 위해서는 합주 편성이 권장되며, 예를 들어 제1바이올린 6~8명, 제2바이올린 6~8명, 비올라 4~6명, 첼로 4~6명, 콘트라베이스 3~4명 정도가 적절합니다.
이 피아노 협주곡에서 저는 화성과 리듬에 관한 새로운 개념을 구현했습니다. 1악장은 전체가 이중박자(bimetry)로 쓰여 있습니다. 12/8박자와 4/4(8/8)박자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이는 잘 알려진 "triplet on a doule" 관계와 이어지며, 그 자체로는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12개의 트리올라(triola) 펄스와 8개의 두올라(duola) 펄스를 분명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얽힌 형태의 복합박자(polymetry)가 만들어집니다. 리듬은 두 속도층 내부의 비대칭적 그룹핑으로 인해 한층 더 복잡해지는데, 이는 강세가 비대칭적으로 배치된다는 뜻입니다. 이 그룹들은 탈레아(talea) 기법에서처럼 12/8과 4/4 속도층 안에서 길이가 저마다 다른, 고정되고 계속 반복되는 리듬 구조를 가집니다. 다시 말해 12/8층의 반복 패턴과 4/4층의 패턴이 서로 일치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조합의 만화경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의 지각은 특정한 리듬 진행을 따라가기를 금세 포기하게 되고, 그 결과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오히려 정지된,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음악을 올바른 템포로, 각 층 안에서 올바른 강세를 살려 제대로 연주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마치 이륙한 비행기처럼 "떠오릅니다". 세부까지 따라가기엔 너무 복잡한 리듬 움직임이 "날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개별 구조가 또 다른 전체 구조로 확산되는 이러한 현상은 제 작곡의 기본 개념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1950년대 말, 관현악곡 「Apparitions」와 「Atmosphères」이래로 이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낼 새로운 방법을 계속 찾아왔습니다. 1악장의 화성은 혼합음향(mixture), 즉 성부의 평행 진행에 바탕을 둡니다. 이 기법은 여기서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로 쓰이지만, 뒤의 4악장에서는 훨씬 더 발전된 형태로 나타납니다.
2악장(다섯 악장 가운데 유일한 느린 악장)도 탈레아 유형의 구조를 가지지만, 속도층이 하나뿐이라 리듬은 훨씬 단순합니다. 선율은 단2도 두 개와 장2도 하나가 교대로 나타나는 엄격한 음정 모드, 즉 한 옥타브 안에 아홉 음이 들어가는 모드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모드는 여러 도수로 이조되며 이 악장의 화성도 함께 규정합니다. 다만 종결부의 피아노 파트에서는 온음계(백건)와 5음음계(흑건)가 결합되어 화려하고 반짝이는 유사 혼합음향으로 진행되는 한편, 관현악은 계속해서 아홉 음 모드로 연주합니다. 이 악장에서 저는 고립된 음향과 극단적인 음역을 사용했습니다. 아주 낮은 음역의 피콜로, 아주 높은 음역의 바순, 스와니 휘슬·알토 오카리나·"하몬 뮤트" 약음기를 낀 금관으로 연주하는 카논, 극도로 높은 음역에서 피콜로·클라리넷·오보에가 만드는 "날카로운" 음향 조합, 그리고 휘슬사이렌과 실로폰의 교대 등입니다.
3악장 역시 속도층이 하나뿐이라 1악장보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기서도 다른 방식으로 리듬이 매우 복잡합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빠르고 규칙적인 기본 펄스 위에서, 강세가 비대칭적으로 배치됨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헤미올라와 "내재적 선율 패턴"(이 용어는 Gerhard Kubik 이 중앙아프리카 음악과 관련해 만든 것입니다)이 나타납니다. 이 악장을 적절한 속도로, 매우 또렷한 악센트를 살려 연주하면 환영과도 같은 리듬-선율적 형상이 나타납니다. 이 형상들은 직접 연주되는 것이 아니며 악보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성부들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서 오직 우리의 지각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저는 이미 이전에도 환영적 리듬을 실험한 바 있습니다. 메트로놈 100대를 위한 「Poème symphonique」(1962), 하프시코드를 위한 「Continuum」(1968),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Monument」(1976), 그리고 특히 피아노 에튀드 1번과 6번인 「Désordre」와 「Automne à Varsovie」(1985)가 그것입니다. 이 피아노 협주곡의 3악장은 환영적 리듬과 환영적 선율을 지금까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입니다. 음정과 화음 구조 면에서 이 악장은 여러 선법적 화성 공간과 유사등거리(quasi-equidistant) 화성 공간이 교대로 나타나고 서로 관계 맺는 데 바탕을 둡니다. 옥타브를 평균율 12음으로 나누면 등거리는 아니지만 장2도와 단2도가 여러 그룹으로 교대하는 데 기반한 온음계적, 그 밖의 선법적 음정 진행이 가능해집니다. 이 평균율 체계는 또한 반음 없는 5음음계(피아노의 검은건반)의 사용도 가능하게 합니다. 등거리 음계, 즉 옥타브를 균등한 간격으로 나누는 데 기반한 음정 구성 가운데, 평균율 12음 체계가 허용하는 것은 반음계(단2도만)와 6음음계(온음음계, 장2도만) 뿐입니다. 그 밖에도 옥타브를 네 부분(단3도만)과 세 부분(장3도 셋)으로 나누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러 음악 문화권에서는 옥타브를 다른 방식으로 등거리 분할하는 것이 통용됩니다. 예를 들어 자바의 슬렌드로(slendro)는 다섯 부분으로, 멜라네시아에서는 일곱 부분으로 나누며, 이는 동남아시아 그리고 남아프리카에서도 널리 쓰입니다. 이것이 정확한 등거리를 뜻하지는 않으며, 음정 조율의 부정확함에는 어느 정도 허용 범위가 있습니다. 우리 유럽인에게는 이국적인 이러한 화성과 선율이 저를 몇 년 동안 매료시켰습니다. 다만 저는 피아노를 재조율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이 협주곡에서 미분음 편차는 자연배음으로 연주되는 호른과 트롬본 파트의 몇몇 부분에서만 나타납니다). 실험 기간을 거친 뒤 저는 온음음계도 반음계도 아닌, 유사(pseudo-) 내지 준(quasi-)등거리 음정에 이르렀습니다. 12음 체계 안에는 단2도만큼 서로 어긋난 두 개의 온음음계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음계(또는 음향 자원)를 연결합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 파트의 선율과 음형이 두 온음음계 모두에서 만들어지는 대목이 나타나는데, 한 손은 6음 음향 자원 하나를 쓰고 다른 손은 그와 상보적인 음향 자원을 씁니다. 이런 식으로 온음성과 반음계성은 서로를 상쇄시킵니다. 그 결과 낯설게 화려하면서 동시에 "비스듬한" 변형된 등거리성이 만들어집니다. 이는 평균율 12음 체계 안에서 만들어지긴 하지만 음향적 성질로는 더는 그 체계에 속하지 않는 환영적 화성입니다. 이러한 "비스듬한 등거리 화성 영역"이 선법적 영역과 교대로 나타나고, (주로 피아노 파트에서) 5도로 쌓은 화음에 기반하며, 관현악에서 5도로 쌓은 혼합음향으로 보완되면서, 이 악장에는 독특하고 부드러운 금속성 음색(배음에서 비롯된 금속성 음향)이 생겨납니다.
4악장은 이 협주곡의 중심 악장으로 구상되었습니다. 이 악장의 선율-리듬적 요소(모티브의 씨앗 또는 파편) 자체는 단순합니다. 악장 역시 단순하게 시작되어, 혼합음향형 구조 안에서 이 요소들이 겹치며 이어집니다. 여기서도 만화경이 만들어지는데, 그 이유는 이 요소들 — 말하자면 만화경 속의 작은 조각들 — 이 개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확대와 축소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조금씩, 탈레아 유형의 정교한 리듬 조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는 서로 어긋난 두 속도층(1악장과는 다른 비대칭 구조를 지닌 트리플렛과 듀올)이 동시에 진행되는 데 바탕을 둡니다. 긴 쉼표가 모티브 파편들로 점차 채워지면서 우리는 어느새 리듬-선율적 소용돌이 안에 들어와 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템포는 바뀌지 않지만 음악적 사건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 확대·축소되며 이어지고 조합되는 모티브 파편들의 흐름 속에서 회전이 만들어지고, 이 밀도 증가는 가속되는 느낌을 줍니다. "언제나 새롭지만 그럼에도 같은" 이 곡의 주기적 구조 덕분에(모든 모티브 세포는 이전 것과 비슷하지만 정확히 반복되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그래서 전체 구조는 자기유사적입니다) 거대하고 풀리지 않는 그물망 같은 인상이 만들어집니다. 또한 처음에는 숨어 있던 리듬 구조, 즉 저마다 내부 강세가 다른 두 개의 독립된 속도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이 거대하고 자기유사적인 소용돌이는 컴퓨터로 만든 줄리아 집합과 만델브로 집합의 그래픽 투영을 보면서 제 머릿속에 떠오른 음악적 연상과 매우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저는 브레멘의 과학자 Peitgen 과 Richter 가 만든 이 경이로운 프랙탈 이미지를 1984년에 처음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이 이미지들은 제 음악적 개념에서 큰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4악장을 작곡할 때 제가 수학적 방법이나 반복 계산법을 사용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저는 여러 구성을 사용했지만, 그것은 수학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인적인" 구성에 가깝습니다(이 점에서 수학을 대하는 제 태도는 그래픽 아티스트 Maurits Escher 와 비슷합니다). 저는 과학적 차원이 아니라 시적인 사고의 차원에서, 직관적이고 시적이며 공감각적인 상응관계에 오히려 관심이 있습니다.
매우 짧은 5악장 Presto 는 화성적으로는 매우 단순하지만 리듬 구조는 오히려 한층 더 복잡합니다. 이는 3악장의 "내재적 패턴"을 한층 더 발전시킨 데 바탕을 둡니다. 3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악장에서도 유사등거리 체계가 화성적·선율적으로 지배적이며, 반음계 전체를 온음계와 반음 없는 5음음계로 나누는 데 기반한 화성 영역과 교대로 나타납니다. 복합리듬과 화성적 혼합음향은 여기서 가장 높은 밀도에 이르지만, 동시에 이 악장은 매우 밝은 색채로 눈에 띄게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처음에는 혼돈스럽게 들리지만 몇 번 듣고 나면 그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서로 교차하는, 저마다 독립적이면서도 자기유사적인 수많은 형상들입니다.
저는 이 피아노 협주곡에서 제 예술적 신조를 제시합니다. 저는 전통적인 아방가르드의 기준으로부터도, 유행하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부터도 독립적임을 보여줍니다. 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음악적 환영은 저에게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제 미학적 태도의 토대입니다. 저는 과정적 성격보다는 대상적 성격을 지닌 음악 형식을 선호합니다. "얼어붙은" 시간으로서의 음악, 음악이 우리의 상상 속에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공간 속 대상으로서의 음악, 실제로는 시간 속에서 전개되는 창작물이지만 상상 속에서는 모든 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음악입니다. 시간의 마법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견디는 일을, 그것을 현재라는 한순간 속에 가두는 일을 — 이것이 작곡가로서 제 가장 중요한 의도입니다. (György Ligeti)
| 작곡가 | Ligeti, György |
|---|---|
| 출판사 | Schott Music (Digital) |
| 페이지수 | 56쪽 |
| 편성 | Piano (피아노), Orchestra (관현악) |
| 고유코드 | Q53630 |
| 시대 | 근대 · 현대(작곡가 기준) |
| 시리즈 | Edition Schott |
| 작곡연도 | 1985 - 1988 |
| 연주시간 | 약 24분 |
| 최소주문수량 | 1 |
| 난이도 | 상급Schott Music 표기: difficul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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